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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유럽연합(EU), 원자력 발전 친환경 산업 분류?

by 제이빅 2022. 1. 3.

유럽연합(EU) 그린 택소노미(Taxonomy) 초안 발표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환경·기후친화적인 녹색 사업으로 분류할 계획을 세웠다고 현지시간 12월 1일에 보도되었습니다. 원전과 천연가스를 EU의 녹색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여 초안을 EU 회원국들에게 보냈다고 하는데요, 원자력 발전이 과연 그린 에너지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인지 각 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가 달리 나오고 있습니다.

 

1. 택소노미(Taxonomy)란?

택소노미는 그리스어로 '분류하다'라는 뜻을 가진 'tassein'과 '법, 과학'이라는 'nomos'의 합성어로 만들어졌습니다. 뜻은 체계적으로 분류된 체계를 뜻합니다. 최근 EU에서 발표하는 그린 택소노미가 이슈인데요 '녹색분류체계'라고 부르며 에너지원이 친환경·녹색 사업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기준입니다. 

 

- 택소노미 업종, 금융 및 세제 지원

택소노미는 어떠한 경제활동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환경 개선 등에 기여하는지를 명시하여 이런 활동에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다시 말해 해당 업종엔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 업종은 각종 금융 및 세제 지원이 되고 투자를 육성합니다. EU는 2020년 6월 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하였고 다른 국가들도 자국에 맞춘 분류 기준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K-택소노미를 준비해왔으며, 2021년 5월 초안 공개 후 의견을 수렴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30일 환경부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하였습니다. 

 

2. EU, 그린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LNG) 포함

- 원자력 발전 투자사업, 일정 조건 충족 시 녹색 투자 분류

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 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일정 좋건을 충족하는 경우 녹색 투자로 분류하는 택소노미 초안을 만들고, 지난 12월 31일 회원국들에 보냈습니다. 이 초안은 27개 회원국가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공식 발표될 예정입니다. 다수의 회원국이 거부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원자력 발전 사업이 녹색 투자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 분류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리고 신규 발전소의 경우 2045년 이전에 건설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기존 발전소는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만족하는 조건 하에서 수명 연장이 친환경으로 분류됩니다.

 

- 원자력 발전의 온실 가스 배출량, 친환경적인가

국제 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시 1 kWh당 1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전은 핵연료의 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석 연료를 직접 연소시키는 석탄, 석유, 가스 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는 적은 편입니다. 

 

발전소별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 표
발전소별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벤자민 소바쿨 교수 논문 자료)

 

발전소 건설 준비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한 자료도 있습니다. 2008년 영국 서섹스 대학교 벤자민 소바쿨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원전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66g/kWh인데, 태양광의 2배(32g/kWh), 풍력의 7배(9.5 kWh) 정도 많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2018년에 발표된 논문 중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개발과 확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있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탄소배출량이 적은 발전 방식에는 틀림없지만, 원초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기술이 맞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하긴 어렵겠습니다.

 

- 미래로 전환하는 과정의 과도기

EU 집행위는 원전과 천연가스는 과도기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현재는 재생에너지가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죠. 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이 되는 미래로 전환하는 가운데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이 나머지 전력을 보전해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EU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기술이 못 미치거나 에너지 전환으로 도전을 하려는 국가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회원국의 상황이 고려되어 EU 집행위에서는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듯합니다. 

 

- 탈원전 국가, 강력 반대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인 독일은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탈원전을 표방하는 국가들은 이 초안에 반대하고 있어요. 이유는 방사성 폐기물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는 원전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된다면 소송까지 걸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여부는 지난 1년간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프랑스·핀란드·폴란드·체코 등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켜 EU의 녹색 금융이 원전 개발에 투입되어야 하는 입장을 고수하였어요.(프랑스는 전력 생산 70%가 원자력발전)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 투자 예산(그린딜)은 약 1조 유로(약 1,333조 원)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EU는 지난 10월 사상 최대 규모의 녹색채권(Green bonds)을 발행하기로 하였는데 15년 만기 120억 유로(약 15조 5,000억 원) 규모였지만 이미 1350억 유로(약 186조 300억 원)의 투자금이 몰렸다고 해요. 만약 최종적으로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다면 이 예산이 원전에도 쓰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폐기물 부지도 확보해야 하는 원전의 초기 투자금액이 매우 크고 강화된 안전기준으로 인해 원전의 경제성이 낮아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낮은 경제성 때문에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되더라도 녹색 금융 자금이 원자력 발전 개발로 투입될 수 있을지 의문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3.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K-택소노미

-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발표

한국형-녹색분류체계-가이드라인-표지-이미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표지(환경부)

지난 12월 30일 환경부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습니다. EU의 택소노미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친환경산업을 키우기 위해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진짜 친환경 산업을 선별 지정할 것이며 이 산업에 대해 금융, 세제 지원을 주어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목적에 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선정된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 가능한 보전, 자원 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에 기여하고 심각한 환경피해가 없으며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가진 경제활동으로 인정됩니다. 

 

- 녹색부문과 전환부문

K-택소노미는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녹색부문은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이며, 탄소중립 기술을 활용한 소재·부품·장비 산업, 온실가스 감축 설비 구축 및 운영, 재생에너지 생산, 무공해차나 무공해 철도 등 제조, 제로에너지 건축물 등이 포함됩니다. 녹색 부문 중 눈에 띄는 산업은 철강, 시멘트, 유기화학 부문입니다. 해당 업종들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지만, 지금 당장 적용 가능한 탄소중립 기술이 없어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포함되는 게 아니며. '온실가스 감축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전환부분에는 녹색경제활동으로 볼 순 없어도 탄소중립으로 전환을 위한 과도기적 성격을 가진 산업군이 포함됩니다.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  LNG 및 혼합가스 기반 에너지 생산, 블루 수소 제조, 친환경 선박 건조, 친환경 선박 운송 등이 포함됩니다. LNG의 경우 K-택소노미의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지속된 산업계 요구, 환경단체들의 반발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되었을 것 같아요. LNG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설계 명세서 상 340g eq(이산화탄소 환산량) 이내, 설계수명 기간 동안 평균 250g eq 달성을 위한 감축 계획을 제시할 경우에만 2030년까지 인정이 됩니다. 향후에 최대 2035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지만 향후 기술동향에 따라 변동이 될 듯해요. LNG와 같이 블루 수소 제조도 2030년까지만 K-택소노미에 포함됩니다. 

 

- 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은 제외

우리나라는 탈원전 정책으로 2030 국가온실 가스 감축목표,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신설 원전이 없죠. 원전의 포함 여부를 두고 상당히 고민을 한 것 같지만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었기에 제외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EU의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면서 국제적인 시류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등의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택소노미가 이미 결정되었기에 이대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택소노미는 1년 이후 조정이 될 예정이며 향후 2~3년 주기로 조정이 될 수 있고, 사회적 합의 등을 통해 충분히 재논의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EU의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내용부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K-택소노미까지 알아봤습니다. 국제적으로 친환경과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등이 정책 키워드로 자리 잡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친환경 분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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